뉴스앵커, TV뉴스의 꽃! (Feat. 기자와 아나운서 사이 그 어딘가의 지점.)
뉴스앵커
[ News Anchor ]TV 뉴스의 꽃은 앵커(anchor)다. 뉴스의 닻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TV 프로그램의 진행 MC를 뉴스에서만 앵커로 부른다. 앵커는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며 TV 뉴스 편집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시청자 입장에서 앵커는 촌철살인하는 앵커 멘트와 시청자를 휘어잡는 카리스마 등이 우선 떠오르는데 이런 이미지를 만들고 앵커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 등도 뉴스 PD를 중심으로 편집 부문이 안고 있는 문제다.권한앵커는 누가 맡느냐에 따라 권한과 편집 측면의 역할도 천차만별이다. 앵커맨이란 용어는 1952년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의 하나인 CBS TV의 전설적인 뉴스 진행자였던 월터 크롱카이트로부터 생겨났다. 아나운서가 기계적으로 원고를 읽어 내려가며 하던 방송에서 진행자가 제대로 뉴스 프로그램을 꿰차고 앉아 기자 리포트를 전달하고 각종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멘트로 제기하는 등 뉴스에서 좀 더 강력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되면서 앵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3대 방송 등은 톰 브로커, 피터 제닝스, 댄 래더 등이 2000년 이후까지 20년 안팎으로 메인뉴스의 앵커로 활약하며 뉴스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이들은 취재기자로 잔뼈가 굵은 대기자이자 보도본부장급으로 전권을 가지고 뉴스를 이끌었다.
미국의 앵커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인 우리나라도 1970년대 TBC 봉두완, 1980∼1990년대 KBS 최동호·박성범·이윤성, MBC 이득렬·강성구, SBS 맹형규 등은 현장 기자 출신으로 부장급 이상에서 이사급까지의 직위를 맡고서 뉴스를 리드해 갔다. 그 뒤론 우리 사회의 조로화 현상 등과 맞물리면서 앵커들이 젊어지고 있는 추세다.
MBC의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뉴스데스크> 앵커로 3년 넘게 자리를 지켰고 SBS의 김성준 앵커도 부장급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KBS는 2013년 10월 14년 차 기자 최영철을 <9시뉴스> 앵커로 전격 발탁했고, 12월엔 MBC가 <뉴스데스크> 새 앵커로 파리특파원 출신 박상권 기자를 기용했다. 반면 그 전에 JTBC가 사장급인 손석희를 메인뉴스 앵커로 내세우는 등 파격적인 기용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각 TV 방송사가 제각각 특색을 내세우며 앵커의 경륜과 권한도 다양한 형태로 앵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앵커들의 권한은 뉴스 편집이라는 시스템에 따라 주어진다기보다는 직급과 사내 위치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그만큼 앵커 시스템이 제도화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 본부장급이 앵커도 겸해 전체 뉴스를 이끌던 때는 편집도 좌지우지하는 등 전권을 행사하기도 했지만 기자급이 앵커를 맡으면 그만큼 역할이 축소되고 상급자들이나 편집 데스크 등에 의해 앵커 멘트 하나하나까지 간섭받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방식이 더 바람직한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앵커맨의 본래 뜻과 취지를 생각한다면 중량급이 맡아 뉴스의 큰 방향까지 이끌어 가는 편집 시스템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든 앵커는 TV 뉴스의 편집을 죽이고 살리는 중요 변수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
멘트과거 미국 CBS 뉴스 사장이었던 윌리엄 레오너드(William Leonard)는 훌륭한 앵커맨이 갖추어야 할 덕목 네 가지를 제시하면서 우선 용모, 문장력, 표현력 등에서 TV 매체에 맞는 인물을 들었다. 다음으로 기자로서 능력, 판단력, 취재팀을 이끌어 가는 지도력, 취재 감각과 사건을 파고드는 추진력을 겸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는 위기나 돌발 사태에 대처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 넷째는 공적, 개인적인 면에서 퍼스낼리티를 갖춘 사람을 들었다.
이런 지적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앵커의 가장 우선적인 전제가 되는 것은 쓰기와 말하기다. 앵커의 모든 역량은 최종적으로 앵커의 멘트로 나타나는 것이다. 앵커의 말 한마디, 촌철살인하는 클로징 멘트 하나가 그 뉴스의 주가를 올리고 시청자의 갈증을 대신 풀어 준다. 앵커의 일거수일투족이 편집 차원에서 중요하며 뉴스 PD가 앵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앵커 멘트는 리포트를 전할 때 가장 많이 하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리포트하는 기자가 작성해 온라인 기사로 올린다. 이 앵커 멘트를 앵커가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더 세련된 표현으로 고친다. 과거 MBC의 이득렬 앵커는 이 앵커 멘트를 절차탁마 수준으로 거듭 고쳐 나갔고 오랜 기간 앵커를 하면서도 신입 기자보다 더 열심히 앵커 멘트를 낭독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는 데 전념했다. 그 결과 재치 있고 중량감 있는 멘트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 앵커 멘트는 과거부터 편집부 소속 전담 카피라이터나 작가가 미리 손질을 해서 앵커에게 넘기고 의미심장한 인용구나 아이템과 관련된 언급 등도 찾아내 앵커에게 전달한다. 또한 보도국장이나 편집부장 등도 그날 뉴스의 전체 편집 방향 등과 관련해 특별히 강조하거나 주문할 사항은 앵커에게 전하기도 한다. 앵커가 젊고 연조가 짧은 기자라면 아무래도 이런 주문 사항이 많아지지만 대체로 뉴스 진행 멘트는 앵커가 자율적으로 하도록 맡기는 편이다. 그렇게 해야만 앵커의 개성이 살고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편집부와 뉴스 PD는 경쟁사 뉴스를 포함해 앵커 멘트를 수시로 비교하고 분석해 앵커와 전담 작가에게 전달한다. 메인뉴스 프로그램의 편집 방향과 앵커 멘트는 일치해야 하며 개별 아이템에서도 기자 리포트 내용과 동떨어져 나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앵커가 뉴스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도록 앵커를 잘 보좌하고 관리하는 것도 편집의 주요 업무인 것이다.
캐릭터
앵커가 뉴스를 두드러지게 만들고 품격을 높이려면 앵커의 이미지가 좋아야 한다. 이는 앵커만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서 우러나오는데 많은 요인 가운데서도 무엇보다 신뢰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뉴스를 전하고 있는 앵커를 믿는다는 것은 절대적인 조건일 수밖에 없다.
“월터 크롱카이트, 데이비드 브링클리, 존 챈슬러, 해리 리즈너, 에릭 세버라이드, 이들은 모두 얼굴이나 목소리, 문제 해결 방법 등이 하나도 닮은 데라곤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신뢰감이다. 과학문명이 만들어 낸 어떤 기계도 TV 화면에 나오는 인물을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일은 오직 신뢰감만으로 가능하다.”
이 말은 크롱카이트 뒤를 이어 CBS TV 앵커맨으로 20년 넘게 뉴스를 진행한 댄 래더의 지적이다. 앵커는 외형적으로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호감을 줄 수 있어야 하며 정신적으로 그 나름대로 강한 퍼스낼리티를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냉철한 판단과 강인한 면모, 정의감도 앵커의 신뢰감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앵커의 자질과 조건에 대한 견해는 지역이나 세대, 계층,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적어도 크게 변하지 않는 조건은 신뢰감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는 것 같다. TV 뉴스 편집은 앵커가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신뢰감 있는 인물로 비치도록 앵커에 대한 콘셉트를 잡고 부단히 이미지 제고 전략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앵커의 캐릭터를 살리고, 개발하는 일을 한국의 대다수 TV 뉴스 편집 부서에서는 고유 업무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보도국장이나 본부장 이상 임원, 사장이나 앵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조언할 수 있지 직급이 낮은 기자가 부장급 이상의 앵커에게 이렇다저렇다 얘기하는 것을 금기시 해 온 그동안의 풍토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뉴스 편집기자들은 앵커의 캐릭터와 카리스마를 얼마나 살리느냐에 따라 시청률은 물론 뉴스 프로그램의 영향력도 좌우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객관적인 모니터나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앵커의 멘트부터 표정, 제스처, 패션 등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분석해, 그 결과를 수시로 앵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백인백색인 만큼 다양한 생각이나 상이한 의견이 제기될 수밖에 없지만 중요한 것은 대다수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왜냐하면 TV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대중매체이며, 뉴스는 20대 이상 다양한 연령대와 전 지역에 걸쳐 고루 시청하고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분장편집의 앵커 관리에서 좀 더 전문적인 문제라고 여겨 사실상 방치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분장, 의상, 헤어스타일 등 앵커의 외모 만들기다. 앞서 앵커의 캐릭터, 신뢰감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앵커의 보이는 모습이다. 앵커가 선이 굵게 보이면 보이는 대로, 미남 스타일이면 그런 대로 앵커의 특징적인 용모를 잘 살려 내고 긍정적인 쪽으로 부각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앵커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만한데 이 같은 앵커의 면모를 주도적으로 살려 나가야 할 곳이 편집 부서다.
앵커에 대한 분장, 의상, 헤어스타일 등은 미술이나 분장팀 등 전문 부서나 조직이 맡아서 하고 있고 대체로 거기에 맡겨 두는 편이다. 드라마나 예능 심지어는 교양 프로그램과 비교해서도 이 분야에 대한 뉴스 PD의 이해와 관심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그러나 이 분야도 앵커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편집부와 뉴스 PD들은 큰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앵커의 분장, 의상, 헤어스타일 등은 편집에서 디테일이다. ‘디테일이 악마’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지만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정작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1980∼1990년대 KBS 박성범 앵커는 파리특파원 출신의 세련미를 살려 재킷에 행커치프를 한 것이 트레이드마크로 각인됐고, MBC의 엄기영 앵커는 역시 파리특파원 때 트렌치코트의 깃을 세우고 방송한 것이 썩 잘 어울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런 분위기를 앵커 때도 살려 나갔다.
마스크가 준수하고 옷도 세련되게 코디하는 앵커가 헤어스타일은 스포츠형 머리거나 지나친 곱슬머리라면 시청자들에게 결코 어필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빈축을 살 수도 있다. 전문 분장팀이 있는 만큼 이런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얼마 전 모 지상파 TV 주말 앵커의 헤어스타일이 어색해 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것들은 하나하나 일일이 집어낼 수 없지만 시청자도 모르는 사이에 전체를 아우르는 이미지로 굳어져 나중엔 회복하기 힘들게 되는 경우도 있다.
뉴스 진행 중 뜨거운 조명 때문에 앵커 이마에 조금이라도 땀이 비치면 뉴스 PD는 분장팀에 메이크업을 하라고 지시해야 한다. 방송 중 앵커의 넥타이가 약간 비스듬해졌으면 스튜디오 FD에게 즉각 바로잡아 주라고 얘기해야 한다. 헤어스타일이 조금 흐트러져 있어도 앵커의 면모에 맞게 그때그때 머리를 손질하도록 하는 것이 편집부와 뉴스 PD의 역할이다. 기자도 항상 콤팩트 등 휴대용 분장 도구를 가지고 다니며 얼굴이 나오는 온 마이크(on microphone) 전에 메이크업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아직 프로페셔널이 아니라는 얘기다. 편집부는 이런 취재 부서의 기자들에 대해서도 디테일을 설명하고 신경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
TV가 과거 아날로그 화질에서 지금의 HD로, 조만간 UHD 즉 초고화질로 진화하면서 얼굴의 잡티 하나까지 화면에 적나라하게 나오는 만큼 앵커는 물론 기자 분장도 전례 없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참고문헌김우룡(2002년) 『텔레비전 뉴스의 이해』. 커뮤니케이션북스.김학희 · 이재경(2009년) 『방송보도』. 나무와숲.아이버 요크 지음, 백선기 옮김(2002년) 『텔레비전 뉴스제작론』. 커뮤니케이션북스.양영철(2012년) 『TV뉴스의 이해』. 한림대학교출판부.장태연(2005년) 『방송사구경』. 한울.김지향(2012. 8.). HDTV에 표현된 뉴스앵커 분장현황 연구.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이정교 · 우린(2012. 7.). 뉴스 앵커의 카리스마가 수용자의 뉴스 신뢰도, 뉴스 시청의도, 프로그램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 앵커의 동일시와 공신력을 중심으로. 한국방송학회. ≪한국방송학보≫, 통권 제26-4호.Kimberly Meltzer(2010년) TV News Anchors and Journalistic Tradition - How Journalists Adapt to Technology. Peter Lang Pub Inc..Nancy Reardon(2013년) On Camera: How to Report, Anchor & Interview. Taylor & Francis.Susan C. Green, Mark J. Lodato, Carol B. Schwalbe & B. William Silcock(2012년) News Now - Visual Storytelling in the Digital Age. Pearson Education, Inc..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274550&cid=42192&categoryId=51107
아나운서
[ Announcer ]아나운서, 언론인인가 방송인인가아나운서를 언론인의 범주로 분류할 때 근거가 되는 경우는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인 앵커다. 김소원 SBS아나운서는 1995년 입사한 19년차 아나운서로 메인 뉴스인 <SBS 8 뉴스>만 2002년부터 9년 넘게 진행한 바 있다. 언론인 유형 아나운서에 첫 손으로 꼽을 만한 인물이다. 아나운서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나운서가 하는 일은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계속 변하고 있다”면서 “시대적인 변화와 요청에 따라 어떻게 볼 것인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SBS 8 뉴스’를 2002년부터 9년 넘게 진행했던 김소원 SBS 아나운서. <경향신문 자료사진>
모든 나라가 그렇지만 근대 국가 개념이 등장하면서 아나운서 개념도 태동했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특정 이데올로기나 정책에 사람들을 동원해야 할 필요를 느낀 정치 권력자들은 국민들을 교화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이들을 향해 더욱 큰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권력자들은 확성기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치직거리고 끊기기 일쑤인 열악한 오디오 시설을 통해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까닭에 권력자들은 정확하고 명료한 발음과 훌륭한 전달력, 여기에 설득력까지 갖춘 목소리를 필요로 했다. 이에 부합하는 요원을 뽑아서 양성했던 게 아나운서의 효시라는 설이 있다. 달리 말하면 정부선전원을 아나운서의 효시로 보는 것이고 우리나라로 치면 일제강점기에 처음 등장했다고 보는 것이다.
도구적인 의미에서 메시지 전달자로만 인식됐던 아나운서가 방송의 꽃으로 떠오른 것은 1960년대부터다. 뉴스는 물론이고 광고, 드라마 더빙까지 모든 방송을 아나운서가 하던 전성기가 있었다. 이 같은 흐름은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것이 예능 프로그램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아나운서는 1990년대 후반까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처럼 보였다. 아나운서도 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아나테이너’란 명칭이 등장했다. 아나테이너는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예능에서도 활약하는 아나운서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굳어졌다.
아나운서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다.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자질도 변하고 앞선 시대 아나운서의 성격이 아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혼재돼서 변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김소원 아나운서는 “어떤 프레임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경직된 자세에 머물러야 하는가, 아니면 자기 개성을 마음껏 뽐내거나 분야를 특화해서 인지도를 높여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통일된 시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는 모든 방송사가 아나운서의 개성을 존중하고 브랜드화하는 것을 장려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박은영 KBS 아나운서는 어느 한 분야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나운서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장르 자체가 확장되면서 방송의 영역이 확장된 것이지 아나운서의 영역이 확장된 것은 아니다”면서 “특히 신입사원일 때는 교양이든 예능이든 뉴스든 스포츠든 모든 분야에서 제 몫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나운서는 기본적으로 직장인이다.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지정해주거나 제작진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어느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면 그 분야에서 많이 쓰이겠지만 아나운서 본인이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는 없다. 박은영 아나운서는 “개인의 특별한 노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 보다는 본래 가지고 있는 기질이 자연스럽게 화면에 보여지는 것”이라면서 “진심으로 방송에 임하고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 방송국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박은영 KBS 아나운서.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나운서가 하는 방송은 뉴스, 교양, 예능, 스포츠, 라디오 프로그램 이렇게 크게 5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아나운서의 일상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단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것은 공통의 숙명이다.
김소원 아나운서가 8시 메인 뉴스 앵커로 생활할 당시의 일과를 정리해보자. 전날 밤 12시 심야뉴스까지 모니터링을 하고 잠에 들었다가 오전 10시쯤 기상한다. 오후 1시쯤 출근해서 오후 2시에 진행되는 편집회의에 들어간다. 방송뉴스의 편집회의는 각 부서에서 만든 뉴스영상 중 보도가치가 있는 것을 취사선택하고 선후 배열, 보도의 비중 등을 고려해 배치하는 것을 논의하는 회의다. 오후 5시 최종 편집회의에 다시 참석한 뒤 뉴스에 보도될 영상을 소개하는 앵커 멘트를 작성한다. 헤어스타일을 매만지고 분장을 하며 의상을 고르고 착용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8시 뉴스 전까지 상황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뉴스가 끝났다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짧게 그날 뉴스에 대한 평가회의를 하고 이후 타사 보도를 심야뉴스 시간대까지 확인한다. 이 같은 생활의 반복이 메인 뉴스 앵커의 일상이다.
한편 스포츠 중계 캐스터 역할을 하는 아나운서들은 종목별로 주요 이벤트가 열리는 시기에 따라 생활패턴이 달라진다. 월드컵, 올림픽 같은 큰 경기가 있을 때는 현장에서 숙식을 하며 다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라디오에서 심야 프로그램을 주로 맡는 아나운서들은 방송할 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 교양 프로그램 아나운서의 생활도 녹록치 않다. 방송사들은 뉴스가 결합된 주력 교양 프로그램을 주로 아침에 방송하는데 아나운서들은 새벽 3시부터 회사에 나와 방송을 준비한다. 오후에는 자신에게 할당된 다른 프로그램을 녹화하고 때로는 각종 특집 프로그램도 소화한다.
MBC 아나운서에서 프리랜서 선언을 한 후 각종 예능프로그램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중계하는 김성주 캐스터(가운데). 왼쪽은 송종국 해설위원, 맨 오른쪽은 안정환 해설위원. <MBC 제공>
충주 MBC의 전지영 아나운서는 아나운서가 갖추어야 할 기본기에 대해 말했다. 표준어를 구사하고 국어에 대한 보통 이상의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KBS의 경우 방송사에서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 점수를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합격생들 사이에서는 적어도 3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전해진다. 발음이 좋은 것은 물론 장시간 들었을 때 거슬리지 않는 톤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서있는 자세는 전달하는 내용의 신뢰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늘 곧게 서야 한다. 짝다리를 짚거나 어깨가 앞으로 굽거나 턱이 위로 자꾸 들리는 자세는 감점요소다. 말할 때 호감을 주느냐, 자세나 용모가 아나운서 다운 가는 공부로 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전직 아나운서나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강사로 있는 아카데미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지망생들은 뉴스 원고는 물론 교양 프로그램 원고, 기상 캐스터 멘트까지 훈련한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의상의 색깔이나 스타일, 화장과 헤어스타일 상태까지 체크해 볼 수 있다. 전지영 아나운서는 “자기 눈으로 보는 것과 카메라에 비친 모습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영상을 확인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메라 테스트를 제외하면 필기시험은 기자나 PD 직종과 유사하다. MBC와 SBS는 작문과 상식을 테스트하고 한국어능력시험 점수가 필수는 아니지만 상식에 한국어 관련 상식 문항이 포함되어 있다. KBS는 여기에 논술이 추가되고 상식문항에 개념을 정확하게 알아야 풀 수 있는 주관식 약술이 포함된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아나운서는 경쟁률이 치열하다. 때에 따라서는 1,000대 1을 훌쩍 뛰어넘는 경쟁률을 기록한다. 이렇게 시험을 통과한 다음 처우는 어떨까? 회사 사정이나 세부 수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급 기준으로 대졸신입 아나운서의 경우 초봉이 연 3000만 원대 초반에서 후반까지다. 기본적으로 호봉제로 봉급이 책정된다. 근무강도에 비해 낮은 수익에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아나운서들도 최근에는 증가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국의 한 아나운서는 “행사 진행을 기준으로 회당 최소 70만 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고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경우 한 장면에 기본 100만 원 이상을 챙겨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인지도나 진출한 분야,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둥지를 튼 국민TV가 2014년 4월 1일 개국을 앞두고 9시 뉴스인 ‘뉴스K’의 첫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뉴스를 전달하는 아나운서라도 이들을 언론인으로 규정하는 데 머뭇거리게 되는 배경에는 아나운서를 기자가 생산한 콘텐츠의 단순한 전달자로 여기는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소원 아나운서의 생각은 다르다. 아나운서는 뉴스나 여타 방송 콘텐츠의 1차 생산자는 아니지만 수용자라는 시각에서 보면 시청자보다 앞서서 내용을 받아들이고 판단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아나운서는 특정 사안에 대해서 기자들처럼 깊이 파고들 수는 없어도 출입처를 따로 두지 않아 어떤 이해관계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김소원 아나운서는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와 기자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기자의 입장에서 전달하기보다는 아나운서는 반쯤은 시청자 입장에 서서 사안을 횡적으로 넓게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안의 진행양상을 면밀히 지켜보다가 맥을 짚어주고 시청자 입장에서 어떻게 전달을 했을 때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소원 아나운서는 좋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공감능력을 꼽았다. 아나운서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양, 스포츠, 라디오는 물론 예능에까지 수시로 서로 각기 다른 영역을 옮겨 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방송을 해야 하는 아나운서에게 공감능력은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라고 조언한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중계하는 MBC 스포츠플러스 한명재 아나운서(오른쪽)와 허구연 해설위원(왼쪽)이 기자간담회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 3. 27 경향신문 김기남 기자>
아나운서가 돼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아나운서는 기자나 PD와 마찬가지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의 입을 통해 압축적으로 다양한 인생을 간접 경험하는 것도 매력이다. 하지만 아나운서로서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순간은 따로 있다. 김소원 아나운서는 선거 개표 방송할 때가 살아있음을 느낀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가장 뜨거운 이슈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이에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일들을 제일 먼저 전달해 준다는 것. 그걸 내 입으로 또 내 표정으로 내 퍼포먼스로 전달한다는 것. 아나운서 그것 참 해볼 만한 일이죠.”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22&contents_id=74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