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으로 살펴본 그림책 속 메리 크리스마스 이야기

 논문으로 살펴본 그림책 속 메리 크리스마스 이야기~★

 조정미 기자

그림책 속 크리스마스는 종교 행사를 넘어, 아이들에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시풍속’으로 그려진다. 트리 장식과 음식, 선물 나눔,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장면들은 크리스마스를 관계와 어울림의 시간으로 보여준다. 크리스마스에 소개하는 이정민·임민영의 이 논문은, 크리스마스를 아이들과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열린 문화로 다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크리스마스는 언제부터 아이들에게 ‘기다리는 날’이 되었을까. 트리와 선물, 산타클로스로 대표되는 이 날은 종교를 넘어 하나의 생활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가장 자주 만나는 크리스마스의 모습은 무엇이며, 그 안에는 어떤 가치가 담겨 있을까.

그림책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여주는가

이정민·임민영의 연구 「그림책에 나타난 세시풍속으로서의 크리스마스 이미지」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그림책 47권을 분석해, 크리스마스가 유아들에게 어떤 이미지와 의미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연구진은 그림책을 ‘유아가 사회적 문화를 간접 경험하는 주요 매체’로 보고, 크리스마스를 한국 사회의 새로운 세시풍속이라는 관점에서 읽어낸다.

분석 결과, 그림책 속 크리스마스는 특정 종교 의식이라기보다 연말에 반복되는 하나의 생활 리듬이자 축제로 묘사된다. 연구는 이 이미지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한다. 장식, 어울림, 그리고 산타클로스 맞이다.

▲『여러 가지 크리스마스트리 』(아이노리. 2020).  이 논문에서 분석대상으로 삼은 47권의 그림책 중의 한 권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과 즐거움이 동물들의 각양각색 트리 꾸미기를 통해 전해진다..

일상을 바꾸는 신호, ‘장식’

그림책 속 크리스마스는 무엇보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로 시작된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전구, 리스와 벽난로 같은 장식은 일상의 공간을 축제의 공간으로 바꾸는 장치로 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장식의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값비싼 장식품 대신 자연물이나 집 안의 물건으로 트리를 꾸미거나, 지역의 문화가 반영된 장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크리스마스가 정형화된 의례라기보다, 각자의 상황과 문화에 따라 열려 있는 풍습임을 보여준다.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규범보다,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먼저 제시한다.

▲『두더지 아줌마의 크리스마스 선물 』(비룡소. 2019). 두더지 아줌마가 숲속 친구들에게 직접 털실로 만든 여러 선물을 전달하며 모두가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함께 먹고 나누는 날, ‘어울림’

두 번째 축은 어울림이다. 그림책 속 크리스마스에는 가족, 친구, 이웃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고 선물과 카드를 주고받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다. 칠면조나 케이크처럼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음식도 등장하지만, 소박한 일상식 역시 크리스마스 식탁에 오른다.

선물 역시 마찬가지다. 직접 만든 작은 선물이나 마음이 담긴 카드가 더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그려진다. 이는 소비 중심의 크리스마스 문화와는 다른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한다. 크리스마스의 핵심은 물건이 아니라 관계라는 점이다.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 』(풀빛. 2005). 고양이와 단둘이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치게 되지만, 이웃들의 도움으로 크리스마스파티를열게된다는 이야기

기다림과 상상의 시간, ‘산타클로스 맞이’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존재다. 그림책에서 산타는 아이들이 기다리는 대상이자, 한 해를 돌아보게 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아이들은 산타의 방문을 기대하며 편지를 쓰고, 착한 행동을 돌아본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된다.

연구는 동시에 산타클로스가 아이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위험성도 지적한다. 산타의 존재가 선물에만 집중될 경우, 크리스마스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아니라 보상의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 속에는 이러한 긴장을 완화하듯, 산타의 정체를 유머와 상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도 함께 등장한다.

▲『나만의 산타 』(웅진주니어, 2021).  나만을 위해 정성껏 선물을 만들고, 배달해 주는 산타의 여정을 자수로 수놓은 귀여운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이다.

새로운 세시풍속으로서의 크리스마스

이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분명하다. 그림책 속 크리스마스는 이미 한국 사회에서 ‘외래 축제’를 넘어 하나의 세시풍속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동지를 대신해 연말을 정리하고, 가족과 이웃의 관계를 확인하며, 아이들이 한 해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다만 그 방식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전형성보다는 개방성이, 규범보다는 공동의 의미 만들기가 강조된다. 연구진은 크리스마스 행사가 관습의 반복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그 의미를 구성해 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신기료 장수 아이들의 멋진 크리스마스 』(시공주니어 1999 ).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요정 나라 난쟁이 왕이 가난한 집을 딱 하나만 골라 찾아와 그 집 아이들에게 선물을 한아름 안겨 준다는 오스트리아 전설을 담아낸 그림책. 

다시 돌아온 크리스마스 아침에 

크리스마스는 매년 돌아오지만, 그 의미는 매번 새롭게 만들어진다. 특히 쉽지 않은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이 논문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떤 크리스마스를 건네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크리스마스를 함께 만들어갈 것인지를 다시 묻게 한다.

어쩌면 크리스마스는 아이들에게 풍요를 설명하는 날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살피고 마음을 나누는 법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림책이 보여주는 크리스마스는 값비싼 선물보다 가족과 이웃이 어울려 시간을 나누는 장면을 통해, 사랑과 연대의 의미를 조용히 전한다.

올해 크리스마스, 반짝이는 장식 뒤에 숨은 이 질문을 아이들과 함께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넉넉하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고, 화려하지 않아도 따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논문 제목 : 그림책에 나타난 세시풍속으로서의 크리스마스 이미지
저자 정보 : 이정민(서울사이버대학교), 임민영(서울대학교)
게재 정보 : 어린이문학교육연구 제24권 제1호 2023.03 23 - 47 (25 pages)
스콜라(유료) : http://scholar.kyobobook.co.kr.ssl.proxy.uhs.ac.kr:8010/article/detail/4050070205508

조정미 기자

瓢蟲

不朽의 古典에서 찾은 智慧와 心灵, 역사적 敎訓과 省察에서 옛글의 향기에 취해 사랑에 빠지게 되었음을 밝히는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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