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원 기자
2025년 한국 웹툰 산업은 연재 플랫폼 경쟁을 넘어 영상화(IP 확장), 글로벌 현지화, AI 제작 도구, 규제 이슈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KOCCA 조사에 따르면 다수 이용자는 웹툰을 영상 원천 IP로 인식한다. 숏폼 영상 기능 도입, 팬 번역 종료, 플랫폼의 제작사화는 웹툰이 읽는 콘텐츠를 넘어 영상·글로벌 산업의 출발점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한국 웹툰 산업은 더 이상 ‘연재 플랫폼 경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웹툰은 여전히 스크롤을 타고 읽히지만, 산업의 무게중심은 영상화(IP 확장), 글로벌 현지화, AI 제작 도구, 광고·규제 이슈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2025 만화·웹툰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의 약 62%가 “웹툰을 볼 때 영상화 가능성을 함께 떠올린다”고 응답했다. 웹툰이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영상 콘텐츠 파이프라인의 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 같은 변화는 플랫폼의 제품 설계에서도 확인된다. 네이버의 글로벌 웹툰·스토리 IP 자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WEBTOON Entertainment)는 2025년 9월 4일 한국에서 ‘Cuts’라는 숏폼 애니메이션형 비디오 기능을 도입했다. 내부 공개 자료에 따르면 테스트 구간에서 Z세대 이용자의 체류 시간은 평균 18% 증가, 신규 이용자의 재방문율도 약 12% 상승했다. 이는 웹툰이 영상으로 ‘각색’되기를 기다리는 단계를 넘어, 플랫폼 내부에 영상 문법을 직접 내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애니메 엑스포 2025. 패널 토론, 작가 사인회, 한정판 굿즈 출시 등 이벤트를 선보였다.(,이미지 : Naver)
영상 친화적 IP의 힘은 이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원작 : 추공, 작화 : 장성락)은 애니메이션 공개 이후 글로벌 누적 조회 지표와 해외 판권 매출이 동반 상승하며, 웹툰 단일 IP 기준 연간 총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재혼 황후〉(원작: 알파타르트, 작화: 숨풀) 역시 드라마 제작 발표 이후 웹툰 재열람률이 약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잘 읽히는 작품’보다 ‘확장되는 서사’가 강한 시장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글로벌 확장 전략 역시 변곡점에 들어섰다. 2025년 11월 2일, 네이버웹툰은 팬 참여 번역 서비스 종료를 공식화했다. KOCCA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해외 웹툰 이용자 중 공식 번역본 선호 비율은 78%에 달했다. 초기에는 커뮤니티 번역이 확산의 동력이었지만, 현재는 저작권 관리·불법 유통 대응·현지 법규 준수가 더 중요한 단계로 이동한 것이다. 한국 웹툰의 글로벌 전략은 ‘열정 기반 확산’에서 정책·시스템 기반 성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IP 경쟁은 더욱 노골적이다. 카카오엔터는 2025년 2월 18일 발표를 통해 웹툰·웹소설 원작을 직접 드라마로 제작하는 스튜디오 전략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비서가 왜 그럴까〉(정경윤), 〈사내맞선〉(해화) 등 영상화 경험 IP는 웹툰 연재 종료 이후에도 2차·3차 수익 창출 비중이 전체 IP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플랫폼이 유통사를 넘어 제작·배급 주체로 이동하는 이유가 숫자로 설명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성장의 그늘도 분명하다. 2025년 9월 26일 해외 언론은 한국 인터넷 환경에서 노출되는 성적·폭력적 웹툰 광고 문제를 지적했다. 국내 조사에서도 청소년 이용자의 약 41%가 “의도치 않게 성인 웹툰 광고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웹툰이 대중 콘텐츠가 된 만큼, 광고 노출과 플랫폼 책임은 산업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2025년의 국내 웹툰은 ‘잘 만든 작품이 뜨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웹툰이 영상 플랫폼의 시간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는지, 글로벌 시장에서 합법 유통과 현지화가 어떻게 재설계되는지, AI가 제작 효율을 높이되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 그리고 성장 속도만큼 책임의 기준을 높일 수 있는지가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웹툰은 지금, 스크롤의 경계를 넘어 영상 문법의 세계로 산업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l 효원 기자 spinoza8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