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의 경제와 미래] 공무원수,예산 크기,규제 정책,업무 방식, 순서
새해 슈퍼예산 8% 증대,국가공무원 2550명 증원
‘민간의 창의,시장 효율’ 작은 정부 장점 추구해야
기자명허원순
더피알=허원순|새해 2026년에 정부가 쓸 지출 예산은 727조9000억원이다. 국회 심의로 당초 정부안(728조원)보다 1000억원 줄었다. 국회가 항목별로 더하고 빼고 해서 내용에서는 애당초 정부안과 달라졌지만, 정부 원안 규모만큼 그대로 추인했다. 올해 정부가 지출할 돈은 이렇게 많다.
지난해(2025년)보다 본예산 비교로 8.1% 증가다. 적자 국채 발행만 110조원 규모다. 이렇게 되면 가장 협의의 의미로 나랏빚인 정부의 차입금, 즉 국가채무는 1415조원가량 된다. 이 채무 규모의 적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나 우려는 수없이 반복됐으니 논외로 치더라도, 급증하는 빚 증가의 속도는 분명 문제다.
새해를 맞아 정부 예산을 바라보는 것은 슈퍼 예산이라는 이 지출안으로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기준을 다시 살펴보자는 의미다. 마침 이재명 정부는 임기 첫해에 공무원 2550명 증원 계획을 확정했다. 2026년 중앙 부처에서 늘어날 공무원만 이 만큼이다. 이 역시 정부 크기를 재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큰 정부, 작은 정부에 대한 논의나 논쟁은 해묵은 담론이다. ‘정부 기관들이 좀 크면 어떤가, 일만 잘하면 그만이지’라는 노무현식의 적극 옹호론부터 ‘큰 정부는 그 자체로 비민주적이고 국민 부담, 미래세대 짐만 키운다’는 절대적 경계론까지 주장의 스펙트럼도 다양하고 대립적이다. 전자는 보통 진보좌파 정권에서, 후자는 보수우파 정권에서 주로 나오는 논리다. 후자 경우도 말로만 그렇게 요란할 뿐 실질적으로 작은 정부로 가면서 구체적인 성과를 낸 경우는 잘 보이지 않았던 것도 기억해 둘 만한 사실이다.
가령 직전 정부에서 그러했다. 윤석열 정권 때 정부 스스로 작은 정부로 간다는 주장과 선전을 하기는 했다. 2024년 정부는 이듬해 국가 공무원을 사실상 감축한다는 방침이 포함된 정권 후반기 10대 규제개혁 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당시 중앙 정부의 이런 방침으로 행정안전부가 주도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관리에도 대체로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 담긴 전망이 나왔다. 결국은 그러다 그냥 그러고만 일이지만, 당시 작은 정부로 가겠다는 취지를 보면 공공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민간주도의 역동적인 경제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는 있었다. 이렇게 말은 그럴듯했다. 아니, 말만 그럴듯했다. 계엄과 탄핵 사태가 없었어도 실현과 성과가 관건이었겠지만, 그래도 방향 자체는 옳았다고 하겠다.
작은 정부와 큰 정부의 판정 기준을 예산만으로 볼 수는 없다. 철학과 지향점이 더 중요하다. 정부 기능은 최소화하고 기업과 시장, 민간의 창의를 극대화하자는 게 작은 정부론의 지향 철학이다. 본래 전통 보수우파의 가치다. 반면 큰 정부 논리는 공공의 기능과 영역을 최대한으로 확장해 사회 각 부문에 대한 통제력도 확장하자는 것이다. 복지 제도 등 각론으로 가면 두 주장의 지향점과 목적이 좀 더 명확해진다. 정당의 역사가 깊은 서구 국가에서는 이런 잣대가 바로 현실에 적용되고 어떻게든 실현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선 실상 그렇지 못하다. 철학의 부재, 가치 빈곤의 정치 탓이 크다.
그렇다면 큰 정부, 작은 정부를 구분하는 구체적인 판별법은 무엇인가.
가장 단순하고 실감 나는 기준은 뭐라 해도 공무원의 숫자와 정부 조직의 크기일 것이다. 공무원이 적고 정부와 지자체의 조직도 최소화돼야 작은 정부다. 2024년 당시 전 정권이 작은 정부를 내세울 때도 ‘군인을 제외한 공무원 정원을 다음 해(2025년)에는 35만43명으로, 2024년 당시(34만9935명)보다 108명 증가시키는 데 그치게 하겠다’는 것으로 시작했다. 당시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이곳 공무원 293명이 새로 생기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소라는 주장이었다. 작은 정부가 되려면 공무원 증원은 억제되고, 나아가 감축돼야 한다.
세종시청 전경. 사진=뉴시스
다음은 정부지출이다. 작은 정부라면 재정의 수입과 지출이 적어야 한다. 설령 공무원 숫자가 적어도 세금을 많이 걷고 빚을 내며 나랏돈을 펑펑 마구 쓰면 큰 정부다. 반대로 공무원 숫자를 줄이지 못해도 감세 기반에서 정부가 현금살포를 줄이고 불요불급의 각종 보조금까지 줄이면 작은 정부가 된다. 공공의 비대화 막기와 처방 같은 것이다. 수치로 비교를 하면서 판정할 수 있는 기준점이다.
다음 기준은 규제 문제다. 공무원을 감축하고 재정지출을 억제해도 행정 규제가 많고 복잡하면 작은 정부가 될 수 없다. 각종 규제로 민간을 옭아매고 통제한다면 오히려 실질적으로 큰 정부가 된다. 민간 스스로 경제와 산업을 키우고, 기업의 자율 활동으로 일자리를 만들며, 민간에서 생산과 소비 활동을 마음껏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반을 보장해야 작은 정부다.
나아가 정부의 철학과 일하는 방식에서 달라진다. 일하는 자세나 행정의 관행에 큰 정부 작은 정부의 가치가 나오는 것이다. 공무원을 줄이고, 민영화 추진과 함께 예산도 감축 기조로 가면서, 규제까지 줄인다 한들 공무원이 일상적 ‘갑질’로 군림하려 들면 작은 정부는 요원하다. 관치(官治)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나라에서 작은 정부는 헛구호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전근대 질서체계나 관존민비(官尊民卑)의 왕조 관가 같은 풍조의 행정이라면 그 자체로 큰 정부다. 어떤 정권이든 한국의 행정에는 그런 적폐가 다 없어지지 않았다.
작은 정부의 길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가야 할 길이다. 공공 부문과 공무원의 속성상 쉬운 길은 아니다. 그렇게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활성화해야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도 성숙한다. 그게 나라 발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