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한시읽기 ㅣ「송인」 정지상
<감상>
<주석>
[歇] 개다 헐, [南浦(남포)] 대동강 주변에 있는 나루터 이름.
<교감>
『기아』에는 송인(送人)이 대동강(大同江)으로 되어 있음.
『파한집』과 『보한집』에는 첨록파(添綠波)가 첨작파(添作波)로 되어 있음.
고려 중기에 정지상(鄭知常)이 지은 한시
칠언절구로 ‘대동강(大同江)’이라고도 하고, ‘송우인(送友人)’이라고도 한다. 『동문선』 권9에 ‘송인’이라는 제명을 가진 정지상의 오언율시가 있기 때문에 언급한 것이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삭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동문선』 권19, 『기아(箕雅)』 권2, 『대동시선』 권1에 수록되어 있다.
「송인」의 내용은 대동강변에서 친구를 보내며 노래한 것이다. “대동강은 어느 때나 마를꼬, 이별의 눈물이 해마다 물결을 더하네(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라고 하여 석별의 정을 나타내었다.
한시에 있어서도 인간의 애정은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그 표현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우정이다. 이것은 송별의 아쉬움을 노래할 때에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이성애(異性愛)의 표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송인」에서 떠나 보내는 대상이 되고 있는 ‘우인’은 이러한 의미에서 사랑하는 임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송인」에서 ‘송군남포(送君南浦)’와 ‘하시진(何時盡)’은 왕유(王維)와 노윤(盧允) 같은 당인(唐人) 및 신라말의 견당유학생(遣唐儒學生)이었던 박인범(朴仁範) 등에 의하여 이미 사용된 시어이다.
특히 ‘첨록파(添綠波)’는 원래 ‘첨작파(添作波)’였던 것을(『파한집(破閑集)』에 의함.) 뒷날 이제현(李齊賢)이 ‘첨(添)’과 ‘작(作)’은 그 뜻이 중복되는 것이라 하였으므로(白雲小說), ‘작(作)’이 ‘녹(綠)’으로 고쳐진 것이다. 그러나 이 결구의 ‘별루연년첨록파’는 명구로 알려져 있다.
정지상의 시는 만당(晩唐)의 풍(風)이 있다. 웅심(雄深)한 거작은 적다. 그러나 어운(語韻)이 청화(淸華)하고 구격(句格)이 호일(豪逸)하다는 평이 있다. 「송인」은 시상이 참신하고 아름다워 만고의 절조(絶調)로 꼽혀 왔다. 후세 사람의 차운시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大洞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派(별루년년첨록파)』
【풀이】
비 갠 뒤에 긴 언덕에 풀빛이 짙어 오겠네.
그대를 남포로 송별하니 슬픈 노래가 나오네.
대동강 물은 언제 마르리오.
해마다 이별의 눈물을 보내는데....
【해설】
고려시대의 문신 정지상(鄭知常)이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한시(漢詩). <동문선(東文選)> <파한집(破閑集)> <삼한시귀감(三韓詩龜鑑)> 등에 수록되어 전한다.
시의 형식은 칠언절구(七言絶句)로 분류되는 정형시이며, 1ㆍ2ㆍ4구의 마지막 글자 多(다)ㆍ歌(가)ㆍ派(파)가 압운자(押韻字)이고 4ㆍ3으로 끊어 읽는다. 이별을 제재로 한 송별시 중 백미로 꼽히는 작품으로 당나라 왕유(王維)의 칠언절구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에 비견되며, 대동강가에서의 이별을 노래한 고려가요 <서경별곡(西京別曲)>과도 주제가 일치한다.
【개관】
▶성격 : 송별시 (이별을 노래한 걸작)
▶형식 : 7언 절구(압운자 : 다.多, 가.歌, 파.波)
▶표현기교 : 대조법(제1구와 제2구), 도치법, 과장법
▶주제 : 이별의 슬픔
【구성】
▶제1구 : 비온 뒤 정경(희망, 밝음) - 열린 세계
▶제2구 : 이별 (슬픔, 어둠) - 닫힌 세계
▶제3구 : 무정하기만 한 대동강
▶제4구 : 임을 보내는 깊은 슬픔('別淚'-시상을 대표하는 시어)
【논평】
▶김만중 <서포만필(西浦漫筆)> 중
“고려 정사간의 ‘남포’ 절구는 곧 해동의 위성삼첩이다. 끝구의 '별루년년첨작파(別淚年年添作派)'를 '첨록파'라 하기도 하는데, 익재는 마땅히 '녹파(綠波)'를 좇을 것이라 했고, 사가는 '작(作)'자가 낫다고 했다. 생각건대 심휴문의 <별부>에 이르기를 '春草碧色 春水綠波 送君南浦 像如之何''라 했으니, 정사간의 시가 바로 심휴문의 말을 썼으므로 '녹파'로 바꿀 수가 없다.”
▶허균 <성수시화>
“정사간 지상의 '서경시(西京詩)'는 지금토록 절창이다. 누선(樓船)의 제영(題詠)들을 조사(詔使)가 올 때마다 철거하고 이 시만을 남겨둔다.”
▶이인로 <파한집>
“서도는 고구려의 서울이었다. 산을 끼고 강을 둘러 기상이 수이하여 예로부터 기인(奇人)이 많이 났다. 예왕 때에 정성을 가진 이름모를 준재가 있었는데, 소년 때에 '송인'을 지었다. 그 말이 표일(飄逸)하고 속세를 벗어난 것이 다 이와 비슷하다.”
【감상】
기ㆍ승ㆍ전ㆍ결로 구성되었으며, 대조법과 도치법ㆍ과장법 등의 표현기교를 사용해 임과 이별하는 애달픈 정서를 애틋하게 노래하였다.
제1구와 제2구에서는 비온 뒤 대동강변의 싱그러운 풍경과 이별의 슬픔을 대비시켜 이별의 안타까움을 한층 더 고조시키고, 제3구에서 시상(詩想)을 반전하여 시의 묘미를 살리는 한편, 이별의 한을 대동강물에 비유해 표현의 극대화를 꾀하였다. 신운(神韻)이 감돈다고 할 정도로 극찬을 받은 제4구는 해마다 보태지는 이별의 눈물로 대동강물이 마를 날이 없다고 노래하여 서정의 극치를 보인다.
이 시는 정지상이 소년시절에 지은 것으로 전하는데, 일찍이 대동강 부벽루에 걸려 이를 본 중국 사신들까지도 모두 극찬했다고 한다. 고려시대의 시인 이인로(李仁老)는 <파한집>에서 이 작품을 극찬하였으며, 조선시대의 문신 김만중(金萬重) 역시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이 시를 왕유의 작품에 견주어 해동의 위성삼첩(渭城三疊)이라 일컬을 정도로 높이 평가했다.
정지상 송인 한시 해설 해석
시상전개 주제 특징 분석 정리
고전문학도 재미있게 체계적으로
정리 분석해드리는
문학 캐스터 김기주 국어의 김 원장입니다.
고전시가 작품 중에서
이별의 백미(으뜸)으로 꼽히는 작품이
바로 정지상의 <송인>인데요.
이번 시간은 바로 한시 <송인>을
보다 면밀하게 체계적으로
분석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상의 길잡이
정지상 <송인> 해설 정리
정지상의 <송인>은 우리나라의 한시 중 이별의 백미(으뜸)으로 평가되는 7언 절구의 한시이다. 서경과 서정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있으며 항구의 긴 둑에 비에 씻긴 풀들의 푸른빛이 더욱 짙어지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은 시적 화자의 슬픈 이별의 상황과 대조되어 이별의 애달픔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자연사와 인간사의 대조를 통하여 이별의 정한을 심화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임이 그리워 흘리는 눈물로 인해 대동강 물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는 과장된 표현은 이별의 정한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특별히 <송인>은 대동강의 물결이 이별의 눈물과 동일시 되어 슬픔의 깊이를 확대하는 시상전개 방식을 주목할 만하다. 이때의 눈물은 중의적 표현으로 이별하는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이기도 하고 혹은 내가 임과 이별을 슬퍼하며 흘린 눈물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시적 화자는 일방적인 개인적 슬픔의 토로에서 벗어나 인간의 보편적인 이별의 슬픔의 감정을 표현한 노래로 승화하고 있다.
핵심 정리
정지상 <송인> 분석 정리
갈래 : 한시 (7언 절구, 서정시)
성격 : 송별시, 이별시
제재 : 임과의 이별
주제 : 이별의 정한(슬픔)
특징
도치법, 과장법, 설의법을 활용하여 주제를 강조
인간사와 자연사를 대비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냄
시적 이미지를 선명하게 제시하고 함축적 언어를 사용
의의 : 우리나라 한시 중 이별가의 백미(白眉)
연대 : 고려 시대 인종 때 (12세기)
출전 : <파한집>
본문 학습
송인 해설 해석 분석 정리
雨歇長堤草色多 비 개인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우헐장제초색다 비갠 후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시각적 이미지)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사를 대조 => 이별의 슬픔을 고조
送君南浦動悲歌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송군남포동비가 임을 이별하는 상황에서 화자의 슬픔이 노래로 드러남(청각적 이미지)
남포 - 이별의 공간적 배경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할 것인가,
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물은 마르지 않을 것이라는 설의적 표현 사용
대동강 물 = 이별의 눈물과 동일시
別淚年年添綠波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별루년년첨록파 임을 그리는 눈물을 대동강 물에 보탠다는 의미
강물이 마르지 않는 이유를 드러냄 (과장법, 도치법)
작품의 구성
송인의 시상 전개
이 작품은 대동강 둑의 푸르름과 강물의 색조를 아름답게 대비하고 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이별의 슬픔을 대비하여 이별의 정한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
물(水)의 이미지 활용
이 작품은 임이 그리워 흘리는 눈물로 대동강 물이 마르지 않으리라는 표현을 통하여 이별의 정한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대동강 물을 이별의 눈물과 동일시하여 슬픔의 깊이를 확대하고 있다. 물의 원형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한(恨)으로 가득한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송인>과 비교해 볼 만한 작품
공무도하가, 서경별곡
공무도하가는 백수광부의 아내가 강물에 빠져 죽은 남편을 애도하며 부른 고대가요로 이별과 죽음에서 비롯한 한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물가를 배경으로 임을 사별한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때 물은 임의 죽음의 원인이 되고 임과 나를 갈라놓는 소재이다.
서경별곡은 고려가요로 우리 시가의 전통적 정서인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작품이다. 대동강을 배경으로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때 물 역시 화자와 임을 단절하는 대상이다.
두 작품 모두 이별의 정한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물이라는 소재가 '이별'의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송인'과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