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큼하다'는 말, 대체 어디서 왔나
- '내흉(內凶)'에서 유래했습니다. '흉(凶)'은 한자어 그대로 '흉악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 겉으로는 얌전하거나 순진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이나 속마음을 숨기고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 '내숭을 떨다', '내숭을 피우다'와 같이 사용되며, 이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내숭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실제로 많이 먹는 편이지만, 남자 앞에서는 많이 먹지 못하는 척하는 경우.
- 실제 성격과 달리 깔끔하고 깨끗한 척 행동하거나,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는 척하는 경우.
-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 앞에서 아이들을 좋아하는 척하며 좋은 인상을 주려고 하는 경우.
- 남녀 모두 내숭을 떨 수 있지만, 보통 여자들이 더 능숙하게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수줍음을 타다', '순진한 척하다'는 의미의 'coy'나 'innocent'와 같은 단어로 영어 표현이 가능합니다.
한자어에 내흉(內凶)이라는 말이 있는데, '안이 흉함(컴컴함)'이란 뜻이다. 이 말은 우리 말에 다시 들어와 '내숭'이란 말로 전이되었다. 그런데 내숭은, 적극적인 악의나 적의가 아니며, 소극적이고 자기방어적인 속임수에 불과하다. 자주 여성들의 심리적 방어기제를 그렇게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건 응큼이나 음흉으로까지 몰기엔 좀 멋쩍다.
더뷰스 : 엉큼과 앙큼의 어원을 찾아서
엉큼과 음흉
엉큼한 놈! 누군가를 심각하게 욕할 때 버럭 내지르는 말. 그 말속에는 치명적인 비난이 들어있는 그 말. 어린 시절에도 접했던 말이고 지금도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말은 기이하고 미묘하다.
엉큼은 대체 어디에서 온 말일까. 어원이 있는 것일까. 사진을 찾아보아도 똑똑하다는 인공지능의 옆구리를 찔러봐도, 도무지 그 족보를 찾을 수가 없는 말이다. 음흉(陰凶)이란 한자어가 있는데, 살짝 비슷한 소릿값이 느껴지나 뉘앙스는 좀 다르다.
엉큼은,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엉뚱한 욕심을 품고 몰래 그 행위를 저지르려고 기회를 보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음흉은 '흉(凶)함을 가리고 있는 상태로 마음 속에서는 상대에 대한 나쁜 계략을 꾸미고 있는 경우다. 엉큼은 그런 범행의 정도까지 나아가지는 않았지만, 표리 부동하며 대상에 대해 어떤 이기적이고 불량한 목표를 지니고 있다.
한자어의 내흉(內凶)
음흉이 더 범죄적이고 부정적인 표현이며, 엉큼은 그런 느낌을 살짝 세탁하여 일반적인 심리의 하나로 담아놓은 말인 듯 하다. 음흉이라고 말하면 욕에 가깝고 엉큼이라 말하면 비난 정도로 느껴진다. 강원도에선 '응큼'이란 말을 쓰는데, 이게 음흉과의 밀접한 관계를 암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엉큼의 '큼'은, '컴컴하다'의 '컴'이 슬쩍 억양을 빼고 들어가 앉은 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때의 '엉'은 '음(陰)'에서 왔을 수도 있고, '안(內)'에서 왔을 수도 있다. '음컴(큼)'이 엉큼으로 되었을 수도 있고 '안컴'이 앙큼으로 변화해왔을 수 있다. '음(陰)'은 안보인 곳이나 가려진 곳을 가리키고, '안'은 내부 혹은 속을 의미한다. 음과 안은, 마음 속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자어에 내흉(內凶)이라는 말이 있는데, '안이 흉함(컴컴함)'이란 뜻이다. 이 말은 우리 말에 다시 들어와 '내숭'이란 말로 전이되었다. 그런데 내숭은, 적극적인 악의나 적의가 아니며, 소극적이고 자기방어적인 속임수에 불과하다. 자주 여성들의 심리적 방어기제를 그렇게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건 응큼이나 음흉으로까지 몰기엔 좀 멋쩍다.
일본어의 복흑(伏黑)
일본어에는 복흑(腹黑, 하라구로이)이란 말이 있다. 뱃속이 검다는 뜻의 이 말은, 음흉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것이 '엉큼'이라는 말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복(腹, 뱃속)은 '안'이며 흑(검다)은 '검(컴/큼)'과 서로 통한다. 이 '복흑'이 엉큼하다는 우리말을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엉큼하다'는 '안이 컴컴하다'는 뜻이며 뱃속이 검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엉큼'이 '앙큼'으로 쓰일 때는 그 대상이 여성이거나 어린 축이어서 그것을 얕잡고 더욱 고약하게 여기는 뉘앙스를 담은 경우다. 거기엔 도덕적 혹은 인륜적 비난이 살짝 숨어들어가 있다.
엉큼한 것은, 죄나 잘못을 저지른 경우는 아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즉, 겉으로 드러난 것과 뱃속에 감추는 속셈이 매우 달라서 위험한 경우다. 확실한 악이나 뚜렷한 적은 오히려 대처하고 대응하기가 쉽다. 하지만, 이 '복흑'은 언제 그 정체와 속셈을 드러낼지 모르기에 더 두렵고 공포스러운 상황을 자아내게 한다.
속에 숨은 악이 더 무섭다
지능이 높은 인간들의 사이에는, 드러난 악이나 드러난 적의보다, 이렇게 가려지고 숨겨지고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악이 더 무섭다는 걸, 저 낱말이 웅변해준다. 배신자, 기회주의자, 반란자는 처음부터 제 속을 드러내는 존재가 아니다. 안과 밖의 조명이 달라서, 안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무기이기도 하다.
그 계략이 불쑥 치명적으로 제 모습을 드러낼 때, 인간사의 공포와 분노와 좌절과 참극이 펼쳐진다. 특별한 괴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안의 괴물이 튀어나와, 아까까지도 멀쩡하던 인간관계를 파탄내고 함께 숨쉬던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엉큼하다'는 말 하나에, 세상의 모든 공포영화들이 마치 껌껌한 속에서 온갖 흉계가 꼬물거리듯 현실에 방출된다고나 할까.
엉큼한 놈은 특별한 놈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바로 그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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