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봄이 시작한다는 날 - 입춘(立春)

 일 년 중 봄이 시작한다는 날 - 입춘(立春)


2월 4일 새벽 5시 무렵(한국 표준시 기준),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입춘이 찾아온다. 중국 시간으로는 새벽 4시 1분 51초에 절입하지만, 한국은 한 시간 앞서므로 새벽 5시경에 봄이 시작된다. 올해 입춘이 특별하다고 하는 이유는 60갑자 순환 중 병오년에 맞이하는 입춘이기 때문이다. 천간의 병화(丙火)와 지지의 오화(午火)가 만나 화기(火氣)가 겹치는 해의 입춘인 만큼, 예년과는 다른 기운의 전환이 예상된다.


입춘은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로, 동양 전통에서는 단순한 계절의 시작이 아니라 한 해의 기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으로 여겨왔다. 회남자(淮南子) 천문훈에 24절기가 처음 완전하게 기록된 이래, 입춘은 줄곧 사립(四立) 절기의 으뜸으로 자리해왔다. 고대에는 북두칠성의 자루가 인(寅) 방향을 가리킬 때를 입춘으로 삼았고, 현대 역법에서는 태양 황경이 315도에 이르는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민간에서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 써서 문에 붙이는 풍습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로부터 입춘은 설날 못지않게 중요한 날로 여겨졌으며, 민간에서는 입춘대사년(立春大似年), 즉 입춘이 설과 같다고까지 말해왔다.

올해 입춘의 세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로 이른 입춘에 해당한다. 음력으로 섣달 열이레에 입춘이 드니, 정월이 아닌 전년도 섣달에 입춘이 오는 것이다. 게다가 입절 시각이 새벽에 드니 이른 입춘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둘째로 설 전에 입춘이 온다. 2026년 설날은 2월 17일이니, 입춘이 설보다 열사흘이나 앞선다. 이를 춘간년(春趕年), 즉 봄이 설을 앞지른다고 표현하는데, 날이 일찍 풀리기 시작하지만 꽃샘추위가 올 가능성도 높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셋째로 육구(六九) 첫날에 입춘이 든다. 동지부터 시작하는 구구소한(九九消寒)에서 육구 첫날이 입춘과 겹치는 것인데, 예로부터 육구두에 입춘이 들면 먹고 마시는 것에 걱정이 없다고 전해온다. 농가에서는 춘타육구두 경우만지주(春打六九頭 耕牛滿地走)라 하여, 육구에 입춘이 들면 농사짓는 소가 들판에 가득하다고 풍년을 기대했다.

입춘의 기운 변화는 삼후(三候)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초후(初候)에는 동풍해동(東風解凍)이라 하여 동풍이 불어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가 따뜻한 바람에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중후(中候)에는 칩충시진(蟄蟲始振)이라 하여 땅속에서 겨울잠 자던 벌레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직 땅 위로 나오지는 않지만 봄기운을 감지하고 깨어나 움직인다. 말후(末候)에는 어척부빙(魚陟負冰)이라 하여 물고기가 얼음 밑에서 위로 올라온다. 수온이 조금씩 오르면서 물고기들이 수면 가까이 떠오르는데, 아직 녹지 않은 얼음 조각을 등에 지고 있는 듯 보인다 하여 부빙(負冰)이라 했다.

한국에서 입춘에 행하는 풍습으로는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축(立春祝)을 붙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 쓰거나, 국태민안(國泰民安),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같은 그해 상황에 맞는 좋은 글귀를 적어 붙인다. 입춘첩은 입절 시각에 맞춰 붙여야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므로, 올해는 새벽 5시 무렵이 적기가 된다. 한번 붙인 입춘첩은 떼지 않고 이듬해 그 위에 새 것을 덧붙이는 것이 관례다. 제주도에서는 입춘굿이라 하여 수심방(首神房)이 주관하는 큰굿을 벌이기도 했는데, 농악대를 앞세우고 집집마다 다니며 걸립을 하고 옥황상제와 토신, 오방신에게 제를 올렸다.

교춘(咬春)이라 하여 입춘날 봄나물을 먹는 풍습도 있다. 무, 미나리, 냉이 같은 햇나물을 먹거나, 춘병(春餅)이라 하여 얇은 밀전병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싸 먹는다.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는 입춘지일 친붕회연 담진병 생채 첩의춘이자(立春之日 親朋會宴 啖秦餅 生菜 帖宜春二字)라 하여, 입춘날 친지들이 모여 진병과 생채를 먹고 의춘(宜春) 두 글자를 붙인다고 기록되어 있다. 교춘이라는 이름은 봄을 깨문다는 뜻으로, 아삭한 무나 나물을 씹으며 봄기운을 몸에 들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 무를 먹는 것은 고인의 교득초근단 즉백사가작(咬得草根斷 則百事可作), 즉 풀뿌리를 깨물어 끊으면 온갖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뜻을 취한 것이다.

타춘우(打春牛)는 입춘날 흙으로 빚은 소를 채찍으로 때리는 풍습이다. 주나라 때부터 시작되어 당송 시대에 성행했는데, 춘우(春牛)의 배 속에 오곡을 넣어두었다가 소를 깨뜨린 뒤 그 곡식을 나눠 가지며 풍년을 기원했다. 일편춘우 춘회대지, 이편춘우 풍조우순, 삼편춘우 삼양개태(一鞭春牛 春回大地, 二鞭春牛 風調雨順, 三鞭春牛 三陽開泰)라 외치며 세 번 채찍질하는 것이 기본이다. 겨우내 게으름을 몰아내고 농사철 준비를 재촉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피춘(避春)이라 하여 입춘 시각 전후로 조용히 지내는 풍습도 있다. 피춘의 유래는 남조 시대 도교 모산파(茅山派)의 택일피흉(擇日避凶)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입춘은 묵은해와 새해의 태세(太歲)가 교체되는 시점이므로 기장(氣場)이 불안정해진다고 보았다. 2026년 병오년의 값년태세(值年太歲)는 문철대장군(文哲大將軍)이다. 올해 범태세(犯太歲)에 해당하는 띠는 말띠(값태세, 자형), 쥐띠(충태세), 소띠(해태세), 토끼띠(파태세)이며, 일부에서는 닭띠(형태세)도 포함한다.

피춘의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시간은 입절 시각 전후 각 1시간, 즉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부터 6시 사이가 핵심이다. 장소는 자신의 방이나 익숙한 조용한 공간을 택하고, 문과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며 외부의 빛과 소음을 차단한다. 이 시간 동안 외출을 삼가고, 전화 통화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피하며, 휴대전화나 텔레비전 같은 전자기기도 멀리한다. 눕거나 자는 것보다는 조용히 앉아 있거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입춘은 양기(陽氣)가 발생하는 시점이므로 누워 있으면 양기의 흐름을 막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음식은 담백하게 하고, 술이나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한다. 특히 자신과 상충되는 띠의 사람이나 물건을 가까이 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전해진다. 예를 들어 쥐띠라면 말 모양 장식품을 치워두는 식이다. 피춘이 끝난 뒤에는 문과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동쪽을 향해 깊이 숨을 세 번 들이쉬어 새 봄의 양기를 받아들인다. 대추, 용안육, 탕원 같은 달고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새해의 복을 기원하기도 한다.

한국의 입춘 관련 속담도 여럿 전해진다. 입춘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말은 입춘 무렵의 늦추위는 빠짐없이 꼭 온다는 뜻이다. 가게 기둥에 입춘이라는 말은 추하고 보잘것없는 가게 집 기둥에 입춘대길을 써 붙인다는 뜻으로, 제격에 맞지 않고 지나치다는 의미로 쓰인다. 입춘 거꾸로 붙였나는 입춘이 지났는데도 날씨가 몹시 추워진다는 뜻이다. 또한 농가에서는 입춘날 보리 뿌리를 캐어 농사점을 치기도 했다. 뿌리가 세 갈래 이상 길게 뻗어 있으면 풍년, 짧거나 가닥이 적으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만약 2월3일에서 2월4일 사이에 마음이 안좋고, 분노하고 그렇다면, 2026년은 본인에게 안 좋을수 있으니, 1년간 조심하는 것이 좋다.

2026년 2월 4일 새벽, 60년 만의 병오년 입춘이 열린다. 화기가 겹치는 해인 만큼 성급함을 경계하고 차분히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瓢蟲

不朽의 古典에서 찾은 智慧와 心灵, 역사적 敎訓과 省察에서 옛글의 향기에 취해 사랑에 빠지게 되었음을 밝히는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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