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大寒)은 24절기의 마지막 절기로, 해마다 1월 20일 무렵 태양이 황경 300도에 이를 때 시작된다. 이름 그대로 추위가 극에 달하는 시기이며, 동시에 봄이 가장 가까이 다가온 때이기도 하다. 대한이 지나면 곧 입춘이 오고, 절기의 순환이 다시 시작된다.
옛 문헌들은 대한의 성격을 분명히 전한다. 월령72후집해에서는 12월 중기로서 소한보다 한기가 더 극심해졌기에 대한이라 부른다 했고, 역계람도에서는 동지 후 30일이 가장 춥다고 기록했다. 효경위에서는 소한 후 15일에 북두칠성 자루가 축(丑) 방향을 가리키면 대한이 되며, 이때 추위가 극에 달한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대한의 추위를 다양한 속담으로 표현했다. 화북 지방에서는 “소한 대한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얼음이 된다”고 했고, 강남 지방에서는 “소한 대한에 추위가 얼음덩이처럼 뭉친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대한과 관련된 속담이 전해지는데,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한반도에서는 대한보다 소한 무렵이 더 춥게 느껴지는 해가 많아서 생긴 말이다. 또한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속담도 있어, 대한 무렵에는 오히려 추위가 조금 풀리기도 한다는 경험을 담고 있다.
대한에는 세 가지 징후가 있다. 첫째, 닭이 알을 품기 시작한다. 땅속에 숨어 있던 양기가 조금씩 올라오면서 닭이 알을 낳고 품을 준비를 한다. 둘째, 매와 같은 사나운 새들의 사냥 본능이 가장 날카로워진다. 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먹이 찾기에 더욱 맹렬해지는 것이다. 셋째, 연못이나 호수의 얼음이 가장 두껍게 언다. 겉면만 어는 것이 아니라 바닥까지 꽁꽁 얼어붙는다. 이것은 음기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안에서 양기가 서서히 자라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대한은 한 해의 끝이자 새 순환의 시작점에 해당하므로,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이듬해 건강의 바탕이 된다. 옛사람들은 이때를 마지막 보양의 기회로 여겼다.
잠자리에 일찍 들고 늦게 일어나야 한다. 겨울 석 달은 몸 안의 양기를 안으로 거두어 감추는 시기이므로, 일찍 자서 양기를 기르고 늦게 일어나 음기를 보존해야 몸속 균형이 유지된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이 해 뜨기 전 찬 공기 속에서 운동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찬 공기가 혈관을 급격히 수축시켜 심장과 뇌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햇볕이 따뜻해진 낮 시간에 움직이는 것이 낫다.
머리와 발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머리는 온몸의 양기가 모이는 곳이고 모든 경락이 통하는 자리여서, 차가운 바람에 노출되면 감기, 두통, 삼차신경통 등이 쉽게 생긴다.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4도일 때 모자를 쓰지 않으면 몸 전체 열의 60퍼센트가 머리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발은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혈액 공급이 부족하기 쉽고, 발이 차가워지면 전신이 시려진다. 매일 따뜻한 물로 발을 담그면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온몸이 따뜻해진다. 당뇨가 있는 사람은 물 온도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우니 가족이 42도 정도로 맞춰주는 것이 안전하다.
음식은 따뜻한 성질의 것으로 먹되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찬 성질의 음식은 당연히 피해야 하지만, 너무 기름지거나 뜨거운 것만 먹어도 문제가 생긴다. 몸 안에 열이 쌓이면 바깥의 찬 기운과 온도 차이가 벌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다. 배추, 무, 사과, 배 같은 채소와 과일도 함께 먹어야 균형이 맞는다. 검은깨, 검은콩, 검은쌀처럼 검은색 음식은 신장의 기운을 북돋아 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찹쌀밥도 좋다. 찹쌀은 속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보충하며 혈액 순환을 돕는다. 반면 녹두, 감, 빙과류, 찬 음료 등 차가운 성질의 음식은 비장과 위장의 양기를 상하게 하므로 삼가야 한다.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해야 한다. 도의학에서는 겨울이 신장과 통하며, 신장은 정기를 저장하는 곳이라 했다. 이 시기에 마음이 요동치면 몸 안에 감추어둔 양기가 밖으로 새어나간다. 또한 겨울은 해가 짧아 기분이 가라앉기 쉬운 때이므로, 울적한 마음이 들면 햇볕을 쬐거나 음악을 듣거나 사람들과 어울려 기분을 환기하는 것이 좋다. 다만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화를 내는 것도 양기를 소모시키므로 절제가 필요하다.
움직임도 적당히 필요하다. 겨울에 가만히만 있으면 기혈이 막히고 병에 걸리기 쉽다. 속담에 “겨울에 한 번 움직이면 병 한 번 덜 앓는다”고 했다. 다만 땀을 흠뻑 흘릴 정도로 격렬하게 운동하면 안 된다. 땀은 양기를 밖으로 빼내는 것이므로, 겨울철 운동은 산책, 느린 달리기, 태극권 정도가 적당하다. 운동 전에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해야 근육과 관절이 다치지 않고, 오후 따뜻한 시간을 택해 움직이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 대한 무렵은 설 준비가 한창인 때이기도 하다. 집 안팎을 깨끗이 치우고, 묵은 것을 버리고, 새해를 맞을 물건들을 장만한다. 이것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몸과 마음, 공간을 정돈하여 새 순환을 맞이하려는 의식이다. 중국 남방 지역에서는 이 무렵 상인들이 한 해 장사의 마무리로 직원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미아제(尾牙祭)를 지냈는데, 오늘날 회사 연말 모임의 기원이기도 하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봄은 가까워진다. 얼음이 가장 두꺼울 때 그 밑에서 물고기가 헤엄치고, 추위가 가장 매서울 때 대지 아래에서 새싹이 힘을 모은다. 대한은 끝이면서 동시에 시작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봄을 맞는 몸의 상태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