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
중국문자학개설 <8>
중국 문자의 진전을 살펴보자면 역시 먼저 『설문해자서』의 한 문장을 인용하여 연구의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설문해자서』에 간략하게 말하길
“창힐이 처음 글을 만들었는데, 대개 종류에 의거해 형상을 본뜬 것이므로, 문(文)이라고 말한다. 그후 형태와 소리가 서로 더해져, 곧 자(字)라고 말한다. 문(文)은 만물을 본뜬 근본이고, 자(字)는 (文에서) 파생되고 점차 많아지는 것을 말한다. 오제(五帝)와 삼왕(三王)을 거치는 동안 고쳐지고 바뀌어 글자체가 달라졌다. 태산(泰山)에서 봉선(封禪)을 한 것이 72대였는데, (문자가) 같은 것이 없었다.”
[倉頡之初作書 蓋依類象形 故謂之文 其後形聲相益 即謂之字 文者物象之本 字者言孳乳而寖多也 以迄五帝三王之世,改易殊體,封于泰山者七十有二代,靡有同焉.]
이라 하였다. 의류상형(依類象形)의 문(文)으로부터 형성상익(形聲相益)의 자(字)에 이르기까지 이는 곧 중국 문자의 진화 과정이요, 또 자(字)는 "(文에서) 파생되고 점차 많아지는 것[孳乳而寖多]", "고쳐지고 바뀌어 글자체가 달라[改易殊體]"진 것이라 하였는데, 이는 중국 문자가 진화한 법칙인 것이다.
중국문자의 진전 과정은 문(文)으로부터 자(字)로 발전하였다. 이른바 문(文)이라 함은 모두가 의류상형한 것으로, 상구체지형(象具體之形, 구체적인 형태를 본뜬 것)의 '상형(象形)'과 상추상지형(象抽象之形, 추상적인 형태를 본뜬 것)의 '지사(指事)'를 함께 포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字)는 모두가 형성상익(形聲相益)한 것으로, 형화성상익(形和聲相益)의 형성(形聲)과 형화형상익(形和形相益)의 회의(會意)를 함께 포함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제1절에서 「중국문자의 명칭」을 이야기할 때에 이미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문(文)에서 자(字)로 발전할 때 필연적으로 반자(半字)의 중간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른바 반자(半字)란 다음과 같은 4가지의 경우를 포함한다.
1. 증체(增體):획을 늘려서 글자체가 바뀐 것
차(叉)·축(丑) 등은 지사초문(指事初文) '우(又)' 글자체의 바깥에 더해진 것이고, 또 과(果)·자(朿) 등은 상형초문(象形初文) '목(木)' 글자체에다 더해진 것이다.
2. 생변(省變):글자체를 생략해서 변한 것
석(夕, 저녁)은 월반현(月半見, 달을 반만 보이는 것)에서, 비(非)는 비하시(飛下翄, 하강시 날개)에서 나온 성(省)체이다. ''은 도인(倒人,엎어진 사람)에서, ''은 반인(反人, 뒤집힌 사람)에서 왔고, , 요(夭)는 머리가 경(傾), 굴(屈)한 대(大)를 따른 변체(變體)이다.
3. 겸성(兼聲):형태 글자에 소리 글자를 덧붙인 것
씨(氏)는 ''이 이미 산협(山脅)의 옆을 나타낸 상형문자인 데다 '' 소리 글자를 겸하였고, 유(禸)는 ''으로 짐승의 발이 땅을 밟는 형태를 본뜬 것에 ‘구(九)’ 소리 글자를 겸하였으며, ‘금(金)’ 자는 ''으로 흙안에 금(金)이 있는 것을 상형(象形)한 것에 '금(今)' 소리 글자를 겸하였다. 또한 치(齒) 자는 ''로 입안에 이빨이 있음을 본뜨고 다시 ‘지(止)’ 소리 글자를 겸하였으니 이러한 것들은 모두 형성(形聲)의 근원인 것이다.
4. 중복(重複):같은 글자를 중첩해서 쓰거나 형태가 다르지만 뜻이 같은 글자를 합쳐쓴 글자
이(二)·삼(三)은 일(一)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초(艸), 훼(芔)은 초(屮)가 쌓여서 된 것이고, 목(牧)은 구(丩)와 우(又)가, 또 북(北)은 인(人)과 비(匕)가 합해져서 된 것으로 이들은 모두 회의(會意)의 근원인 것이다.
반자(半字)의 단계를 거쳐서 비로소 순수한 회의(會意)·형성(形聲)의 두 가지 합체자가 나타나게 되었다. 회의·형성의 글자가 생겨난 뒤에 합체자에다가 다시 상형초문을 하나 더 붙이는 경우도 있었는데, 용(龍) 자를 보면, 육(肉)()에다가 동생성(童省聲)(立)을 따라서 이미 형성자가 된 상태에다 다시 즉, 용(龍)의 형태를 본뜬 초문 하나를 더한 것이다. 또 견(牽) 자는 우(牛)에다 '현(玄)' 소리 글자를 따라서 이미 형성자가 된 데다, 즉 소를 매는 밧줄의 상형을 더한 것으로 이런 자(字)들을 황계강 선생은 '잡체(雜體)'라고 이름을 붙였다.
상형, 지사 등의 초문에서 증체·생변·겸성·중복 등의 반자(半字) 단계를 거쳐 회의·형성 등의 합체자(合體字)가 되었고, 회의·형성자에다가 다시 하나의 부호를 더한 잡체자가 되었는데 이것이 중국 문자의 진화과정인 것이다.
<참고 문헌>
지은이 임윤, 옮긴이 권택용,『중국문자학개설』, 형설출판사, 2002
맨 마지막 문단의 '증체·성변·겸성·중복 등의 반자(半字) 단계를 거쳐'에서 '성변'은 생략의 의미이므로 '생변'으로 고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4) 중복(重複)에서
‘초(艸), 훼(芔)는’에서 훼(芔)자를 찾았으니 이 글자로 바꾸시면 될 것 같고, ‘목(牧)은 구(丩)와 우(又)가’에서도 구(丩)자를 찾았으니 이것도 바꾸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동성성(童省聲)은 ‘아이 동의 생략형’이라는 뜻이므로 동생성(童省聲)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하나의 부호를 더한 난체자가 되었는데’에서 난체자는 책 원문에 雜體字로 되어 있으니 ‘잡체자’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사 시작 부분 설문해자서의 원문에는 ‘言孳乳而浸多也’로 되어 있는데 임윤 선생의 책 원문에는 浸이 ‘寖’으로 되어 있고, ‘封於泰山者’의 ‘於’도 원문에는 ‘于’로 되어 있습니다.
‘자(字)는 "(文에서) 파생되고 점차 많아지는 것[孳乳而寖多]’에도 ‘浸’이 책의 원문에는 ‘寖’으로 되어 있습니다.
‘(2) 성변(省變): 글자체를 생략해서 변한 것’에서 ‘省’이 생략의 의미로 사용될 때는 발음이 ‘성’이 아니라 ‘생’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성변(省變)이 아니라 생변(省變)이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월반견(月半見, 달을 반만 나타낸 것)’은 상형에 대한 설명이므로 월반현(月半見, 달이 반만 보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박종민 기자
중국문자학개설 <9>
이번에는 중국 문자의 진화 법칙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 문자 진화 제1법칙 '자유(孳乳)'
황계강(黃季剛, 황간(黃侃))은 중국 문자의 자유자(孳乳字){파생된 글자}를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첫번째, 불어난 글자는 소리와 본래 글자가 같거나, 본래 글자로 부터 형태를 얻은 것인데, 한번 보면 인식할 수 있다. 두번째, 불어난 글자가 형태와 소리가 모두 변하였지만 고증을 되풀이하면서 점점 본자를 찾는 것인데, 오히려 한가지 지름길을 얻을 수 있다. 세번째, 나중에 생긴 문자(文字)들은 반드시 파생된 글자[자유자孳乳字]인데 그 사음(詞音){말의 음)의 근본을 점점 찾기 어려운 것이다."(황계강, 『설문략설(說文略說)』)
[一曰 : 所孳之字, 聲與本字同, 或形由本字得, 一見而可識者也; 二曰 : 所孳之字, 雖聲形皆變, 然由訓詁展轉尋來, 尙可得共徑路者也; 三曰 : 後出諸文, 必爲孳乳, 然其詞言之柢, 難於尋來者也.]
황계강이 말한 자유자(孳乳字){파생된 글자}의 예를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파생된 글자의 소리가 본래 글자와 같거나, 본래 글자로부터 형태를 얻은 것.
예를 들면, 인(人)에서 파생된 '인(仁)' 자는 '사람들이 서로 친한 것'을 뜻한다. 『설문』에 보면 "고문기자(古文奇字) 중에 '인(人)' 자는 '인(儿)' 자로 쓰였고, 인(仁)은 인(人)이다.[仁人也]"라고 해석되었다. 인(仁)의 어음(語音)은 본래 '인(人)'에서 왔고, 인(人)과 인(仁)은 모두 발음이 '인[如鄰切]'으로 같다. 또 '무(武)' 자는 '마(馬)' 자에서 파생된 것으로 『설문』에 "마(馬)는 무(武)이다.[馬, 武也]"라는 기록이 있다. 무(武)의 어음(語音)은 본래 '마(馬)'에 근본을 둔 것으로, 마(馬)의 발음은 '마[莫下切]'이고, 무(武)는 '모[文甫切]'로 고음(古音)이 같다. '준(準)' 자는 '평평하다'는 뜻으로, 물의 성질이 가장 '평평함[平]'에 이르기를 좋아하는 것이므로 준(準)은 '수(水)' 자에서 변한 것이다. 준(準)의 발음은 '쥰[之允切]'이고, 수(水)의 발음은 '쉐[式軌切]'로 고첩운(古疊韻)이다. 또 '류(類)' 자는 '뢰(雷)' 자에서 파생된 글자로 뢰(雷)의 음과 류(類)의 음이 서로 비슷하니 류(類)는 뢰(雷)에서 온 것이다. 류(類)의 발음은 '루[力遂切]'이고, 뢰(雷)의 발음은 '뢰[魯回切]'로 서로 고음이 같다. 이들은 모두 파생된 글자의 소리가 본래 글자와 같은 예이다.
또 '구(句)' 자에서 파생된 '구(鉤)'{갈고리} 자는 『설문』에서 "구(鉤)는 굽어진 것이다.[鉤, 曲鉤也.]"라 하였고, '구(笱)'{통발} 자는 "구(笱)는 대나무를 굽혀서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笱, 曲竹捕魚笱也]"라고 하였다.
'현(臤)' 자에서 파생된 '긴(緊)'{급히, 갑자기} 자는 『설문』에서 "긴(緊)은 실을 급하게 묶는 것이다.[緊, 纒絲急也.]"라고 하였으며, 또 '견(堅)'{굳다} 자는 "견(堅)은 땅이 굳은 것이다.[堅, 土剛也.]"라고 하였다.
'구(丩)'{얽히다} 자에서 파생된 '' 자는 『설문』에서 "'' 자는 풀이 서로 얽힌 것이다.[, 艸之相丩者.]"라 하였고, 그리고 '규(糾)'{새끼를 꼬다} 자는 "규(糾)는 노끈 세 개가 합쳐진 것이다.[糾, 繩三合也.]"라고 하였다.
파()에서 파생된 '맥(衇)' 자는 "맥(衇)은 피를 다스리고 나누는데, 몸 안에 나쁜 것을 내보낸다.[衇, 血理分衺行體中者.]"라 하였다.
또 '맥(覛)' 자는 "맥(覛)은 (몸 안에) 나쁜 것을 보는 것이다.[覛, 衺視也.]"라 하였으며, ''{손톱}에서 파생된 '소(搔)ㆍ조(瑵)ㆍ조(蚤)ㆍ소(慅)' 등의 글자는 다만 소리가 조(㕚)와 같을 뿐만 아니라 글자의 모양 또한 조(㕚)를 편방(偏旁)으로 두고 있다.
'임(壬)'으로부터 파생된 '정(莛)ㆍ경(莖)ㆍ정(挺)ㆍ정(梃)ㆍ정(筳)ㆍ정(桯)ㆍ경(桱)ㆍ정(珽)ㆍ정(脛)ㆍ경(頸)ㆍ경(經)ㆍ경(徑)ㆍ정(廷)ㆍ정(庭)ㆍ정(頲)ㆍ정(侹)ㆍ경(娙)ㆍ경(勁)ㆍ종(呈)ㆍ령(逞)ㆍ정(徎)' 등의 글자들은 고음(古音)이 모두 '임(壬)' 자와 같고, 글자의 모양도 모두 임(壬)에서 온 것이다. 생각컨데, 경(巠)은 임(壬)에서 생략된 소리이다. 이들은 모두 파생된 자형이 본래 글자에서 온 예이다.
2. 파생된 글자가 형태와 소리 모두 변하였지만 찾을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피(皮)' 자를 『설문』에서 "짐승의 가죽을 벗겨서 취하는 것을 피(皮)라고 말한다.[剝取獸革者謂之皮.]"라 하였고, '출(朮)' 자를 "풀과 줄기를 나누는 것을 피(皮)라고 한다.[分枲莖皮也.]"라 한 기록에서 둘의 뜻이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러므로 '피(皮)' 자의 어음은 '출(朮)' 자에서 왔음을 알 수 있다. 또 '안(安)' 자는 '녀(女)' 자가 '면(宀)' 자 아래에 있음을 따랐으며, '안(妟), 안(侒), 연(宴)' 자 등을 『설문』에서 모두 '안(安)이다.[安也]'라고 하였다.
그리고 『설문』에서 '공(孔)' 자의 주석(註釋)을 찾아보면 "제비가 이르면 자식을 얻는데, 아름다운 것이다. [乙至而得子, 嘉美之也.]"란 말이 있는데, 을(乙)과 연(燕)은 같은 것이지만 형태와 음이 다르며, 옛 사람들은 燕(제비)을 길상(吉祥)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안(安)ㆍ안(妟)ㆍ안(侒)ㆍ연(宴) 등의 자음이 연(燕)에서 왔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대개 이런 종류의 글자들은 널리 펼쳐 조사한다면 모두 그 진화한 자취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 뜻이 두 가지의 근원을 가지거나 같은 글자가 여러 종류의 해석을 가지는 경우도 있는데 만약에 확실히 그것의 조리(條理)를 얻을 수 있다면 추측하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3. 나중에 생긴 문자들은 반드시 파생된 글자인데, 그 사음(詞音){말의 음)의 근본을 찾기 어려운 것.
예를 들면, 『설문』의 옥부(玉部), 초부(艸部)에 실린 옥(玉)의 이름 그리고 초(艸)의 이름과 관련된 글자들은 그 명칭의 기원을 이미 알아보기란 무척 어렵다. 그러므로, 이런 명사들은 어떤 문자로부터 파생되어 나왔는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이들 명칭은 모두가 합체자이므로 반드시 나중에 파생되어 생긴 글자라는 것이다.
- 문자 진화 제2법칙은 '변역(變易)'
변역(變易)에 관해서도 황계강은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변역(變易)의 예는 대략 세 가지로 분리할 수 있다. 첫번째:자형이 조금 변한것, 두번째:자형이 크게 변하였는데 그것이 같음을 알 수 있는 것, 세번째:자형이 이미 변하여, 혹은 동성(同聲)로, 혹은 성전(聲轉)하여 된 서로 다른 두 글자여서 얼핏 보기에는 같은 자라는 것을 알 수 없는 것."(황계강, 『설문략설』)
[變易之例, 約分爲三 : 一曰 : 字形小變; 二曰 : 字形大變, 而猶知其爲同; 三曰 : 字形旣變, 或同聲, 或聲轉, 然皆兩字, 驟視之不知爲同.]
여기서 황계강이 들은 번역의 예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자형이 조금 변한 것.
'상(上)' 자는 고문(古文)에는 '', 전문(篆文)에는 ''인데, 이것은 고문을 근거로 해서 우연히 고쳐진 것으로 결코 그 안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중(中)' 자는 고문에는 ''으로, 가운데 꼬부려진 것은 조금도 특별한 뜻이 없다.
『설문』에 실려 있는 '예(隸)' 자의 고문 '' 자는 중문(重文, 문자가 1:1로 대등하게 붙어있는 문자)이고, 전문(篆文)으로는 '' 자로 되는데, 고문의 글자체를 따른다.
'제(弟)' 자는 중문(重文)인데, 고문으로는 ''로 되며, 고문 위성(韋省)을 따르고, 소리를 생각한 글자로 전문(篆文)은 고문의 글자체를 따른다.
'민(民)' 자는 고문에는 ''이고 상형(象形)이지만, 전문(篆文)에는 고문의 상(象)을 따랐다.
'유(酉)' 자는 고문에 ''로 되고, 묘(卯)ㆍ일(一)을 따른 닫힌 문(門) 모양을 본뜬 것으로 전문(篆文)에는 고문 유(酉)의 형태를 본떴다.
이렇듯 획(畵)을 고쳐서 다른 글자가 되듯이 후에 전서(篆書)은 예서(隸書)ㆍ초서(草書)로 변하였는데, 지금의 혜서(楷書)에 이르고 있다. 중문(重文)과 정문(正文)이 두 개의 다른 글자처럼 보이는 것은 모두 자형(字形)이 조금 변하였기 때문이다.
2. 자형이 크게 변하였는데도 그 같음을 알 수 있는 것.
'빙(冰)' 자와 '응(凝)' 자를 후세에는 두 개의 다른 글자로 알려졌지만, 『설문』에서는 한 글자의 다른 글자체[異體]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구(求)' 자와 '구(裘)' 자도 후세에서는 서로 다른 글자로 알려졌지만, 『설문』에는 한 글자의 이체자라고 하였다.
또 '항(杭)' 자와 '항(抗)' 자도 마찬가지로 후세에서는 두 개의 다른 글자이지만, 『설문』에서는 한 글자의 이체였고, '운(云)' 자와 '운(雲)' 자도 후세에서는 서로 다른 글자이지만, 『설문』에는 한 글자의 이체였다. 이 뿐만 아니라 '사(祀)' 자와 '사(禩)'자는 한 글자인데, 만약 『설문』에서 중문(重文)이라 하지 않았던들 다른 글자라고 못할 것도 없다.
'선(瓊)' 자와 '선(琁)' 자도 같은 글자인데, 『설문』에서 중문(重文)이라 하지 않았으면 다른 글자라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무릇 『설문』에서 중문(重文)이라 함은 대부분 이런 종류에 속하고, 후세 속별자(俗別字)들의 대부분도 이렇게 바뀌어서 된 것이다.
3. 자형이 이미 변하여 혹은 동성(同聲, 같은 소리)으로 혹은 성전(聲轉, 소리가 바뀜)하여 된 서로 다른 두 글자여서 얼핏 보기에는 같은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없는 것.
'천(天)' 자를 『설문』에서 '정수리이다.[顚也.]'라고 하였는데, 고대의 천(天)은 즉 '전(顚)'(정수리)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갑골문의 천(天)은 ''으로 머리를 유난히 크게 그린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천(天)'에서 '전(顚)'이 생겨난 이런 종류의 문자의 진전은 전부 변역(變易)에서 온 것이다. 다시 '전(顚)'에서 소리가 변한 것으로 '정(頂)', '제(題)' 등이 있는데, 뜻은 여전히 서로 가까우며 '정(頂)', '제(題)'도 역시 천(天)에서 변한 것이다. 『설문』에 '천(天)ㆍ전(顚)ㆍ정(頂)ㆍ제(題)'가 같은 글자라고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갑자기 그것들의 같음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또 '교(丂)' 자는 『설문』에서 "기가 펴서 나오고자 하는데, '㇉' 자 위에 '일(一)' 자로 걸리적 거리게 하는 것이다. '교(丂)' 자의 옛 문자는 '우(亏)' 자이다.[气欲舒出, ㇉上礙於一也. 丂, 古文以爲亏字.]", "우(亏)는 기가 펼쳐지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亏, 象氣之舒于.]"라 하였는데, 즉 '우(于)' 자는 '교(丂)' 자가 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于)'에서 변한 글자들로는 "헤(兮)는 기가 넘어가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兮, 象气越亏也]"; "호(乎)는 말의 남은 부분을 말한다.[乎, 語之餘也]"; "월(粤)은 우(亏)이다.[粤, 亏也]"; "여(余)은 말이 널리 퍼지는 것을 말한다.[余, 語之舒也]"; "''자는 '여(余)' 자가 2개이다.[, 二余也]" 등이 있다.
『설문』에 많은 글자를 나열해 놓았는데 성음상(聲音上) 어떤 것은 같고, 어떤 것은 변한 것으로 그 근원을 밝혀보면 모두 같은 글자이다. 후세에 소리가 조금 변하여 새로이 만들어진 글자들은 모두 이러한 종류에 속한다.
중국 문자는 끊임없는 변역(變易)과 자유(孳乳)로, 초문(初文)에서 반자(半字)ㆍ자(字)ㆍ잡체(雜體)로 변하여 상(商)나라에 도달해서는 문자는 이미 3,000자에 가까웠고, 민국(民國)에서 출간한 『중화대자전(中華大字典)』에 수록된 글자는 이미 4만 4,909자에 도달하였다. 이것이 곧 중국 문자의 진전 과정을 말하여 주는 것이다.
<참고 문헌>
지은이 임윤, 옮긴이 권택용,『중국문자학개설』, 형설출판사, 2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