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고 또 겸손하라! - 김종민

 겸손하고 또 겸손하라! - 김종민

Sweetch - 겸손하고 겸손하라 > 악보통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내일을여는신문
겸손하고 또 겸손하라!

겸손하고 사양하는 사람은 매사에 부족함을 탄식하면서 넉넉한 경지로 나아가고, 자만하고 자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가진 게 많다고 흡족해 하며 부족한 지경으로 퇴보하고 만다.

謙讓者, 每每歎不足而進於有餘, 誇矜者, 每每喜有餘而退於不足.
겸양자, 매매탄부족이진어유여, 과긍자, 매매희유여이퇴어부족.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권5, 『영처잡고(嬰處雜稿)』 1, 「세정석담(歲精惜譚)」

  겸손한 사람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기기에 현재까지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더 노력하여 숙달된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반면에 교만한 사람은 그 스스로 지금 내가 많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탓에 노력을 하지 않고 안일해져 결국 결함이 있는 존재가 돼버린다. 이덕무가 청년 시절에 남긴 단상의 하나다. 

  이 두 부류를 대표하는 인물로 고금에 거론할 말한 사례가 많겠지만, 정두경(鄭斗卿)의 『동명집』 권19, 시풍(詩風) ○법편 1(法篇一) 「우(禹)」에서 다음 대목을 들어본다.

  한 고조는 천하를 얻고서도 황제의 자리를 양보하였고, 수 양제는 필부로 있었더라도 천자가 되었을 것임을 기필하였습니다. 이 점이 바로 한 고조는 황제가 되고, 수 양제는 멸망당하게 된 이유인 것입니다.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한 고조와 수 양제의 흥망성쇠는 『서경(書經)』에 출전(出典)을 둔 ‘교만스레 스스로 만족해하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익을 받는다’는 뜻의  ‘만초손(滿招損), 겸수익(謙受益)’의 생생한 예시라 하겠다. 

  옛사람들은 과거(科擧) 시험에 갓 급제한 신래(新來)들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하였다고 한다. 또한 소년등과(少年登科)를 마냥 축하할 일로만 보지 않고 한편으로 우려스럽게 여기기도 하였다. 한때의 성취로 얻은 우월감에 젖어 교만해지는 것을 예방해 주려는 마음도 작용했을 터이다.

  현대 사회는 ‘자기 PR(Public Relation)의 시대’라고들 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에 자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널리 알려야 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겸손’이라는 덕목은 진정으로 필요한가? ‘겸손하다가 자기 PR을 잘 못하고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함마저 떨쳐버릴 수 없을 정도로 무한경쟁의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겸손과 교만이라는 대척적인 화두는 ‘남에게 인정받는가? 그렇지 못한가?’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김낙행(金樂行)은 이와 관련하여 그의 「농공설(農工說) 증이학보종수(贈李學甫【宗洙】)」에서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자기가 유능하지 못할까를 근심하라’『논어(論語)』의 잠언을 거론한 뒤에 ‘정말로 내 자신이 유능하다면 남이 알아주는 것 또한 이상하게 생각할 게 없다’라는 탁견을 펼쳤다. 

  이덕무는 ‘겸양’의 상대개념으로 ‘과긍’을 들었는데, 「세정석담」에는 이 두 가지가 각각 극단적으로 행해질 경우의 폐단을 덧붙여 두기도 하였다. 겸양이라는 것도 지나쳐서는 안 되고 적절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적의 겸손함을 실행하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정답이 없는 문제이겠지만, 필자 나름의 답안을 곰곰이 궁리해 보았다. 

  『논어』에서는 군자다운 태도 중 하나로 ‘손이출지(孫以出之)’를 제시하였다. 겸손함으로써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다. ‘나’라는 한 사람을 세상에 표출하매 겸손한 태도를 견지한다는 것. 두터이 온축한 바탕 위에서 그 일부를 조금만 발표하는 것〔후적박발(厚積薄發)〕이 그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자신이 재능이 있다고 제 입으로 번지르르하게 떠벌리면 ‘요란한 빈 수레’가 될 뿐이다. 말은 천천히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는 것〔눌언민행(訥言敏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주역(周易)』‘겸겸(謙謙)’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과 문세가 유사한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행동강령 삼아 이 글의 제목으로 취하였다. 

글쓴이 김종민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BK 동아시아 고전학 미래인재 교육연구팀 연구교수

瓢蟲

不朽의 古典에서 찾은 智慧와 心灵, 역사적 敎訓과 省察에서 옛글의 향기에 취해 사랑에 빠지게 되었음을 밝히는바이다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