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는 과일도 먹지 말라고?... 탄수화물 탓이 아니라는 이유

 

당뇨환자는 과일도 먹지 말라고?... 탄수화물 탓이 아니라는 이유

[송무호의 비건뉴스] 74. 비만은 관절염의 적이다 ⑦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탄수화물보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영양소도 없다. 관절염으로 내원하는 환자 중 비만에 당뇨병까지 있는 분들이 많다.

자신들이 체중 감량을 위한 다이어트가 필요한 걸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각종 다이어트 정보의 홍수 속에 올바른 취사선택을 하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저탄고지, 키토제닉 등 당질 제한 다이어트가 유행함에 따라 탄수화물을 적대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탄수화물이 당뇨를 불러온다"?

그게 사실이라면 반찬도 별로 없이 밥을 고봉으로 많이 먹던 옛날 사람들은 모두 당뇨병에 걸렸어야 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탄수화물 식품이 소화되면서 생성된 포도당이 혈액 속에 있다가 에너지 생산을 위해 몸의 세포 내로 들어가는 데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도움이 필요하다. 포도당 섭취가 많아 혈당이 높아지면, 정상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인슐린 분비를 더 많이 하게 되고,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반복되면 췌장에 과부하가 걸려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당뇨병이 생긴다.

하지만 모든 탄수화물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복합 탄수화물과 단순 탄수화물이 다르고, 단순 탄수화물에도 흰 빵처럼 가공된 탄수화물과 과일처럼 섬유질이 포함된 자연 상태의 탄수화물은 또 다르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사는 균형 잡힌 식단이 아니므로 여러 가지 건강 문제들을 일으킨다. 어렸을 때 생기는 제1형 당뇨병이 아닌, 성인에서 생기는 제2형 당뇨병의 원인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 생겼기 때문이다 [1].

인슐린의 역할은 혈액 속 포도당이 간이나 근육 등의 세포 내로 들어가게 도와주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작동을 잘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세포 내로 들어가지 못한 포도당이 혈액 속에 자꾸 쌓여 고혈당이 되고, 췌장의 베타세포에서는 인슐린이 부족해서 고혈당이 된 줄 알고,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악순환 끝에 결국 제2형 당뇨병이 생긴다 [2].

인슐린 저항성은 왜 생길까?

제2형 당뇨병의 시작은 인슐린이 적어서가 아니라, 인슐린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특히 몸속에 지방이 너무 많으면, 당을 세포로 보내는 열쇠 역할을 하는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문을 여는 키 역할을 하는 게 인슐린인데 열쇠 구멍에 불순물(i.e. 지방)이 끼어 문을 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인슐린 저항성의 주원인은 혈액 속에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이 많아진 것 [3]. 또한, 유리지방산이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비만으로 인하여 커진 지방세포들이 유리지방산을 많이 방출하기 때문이다 [4].

따라서 비만이 해결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호전되기에 당뇨병도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 영국에서 체중 감량과 제2형 당뇨병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체중 감량에 성공한 환자는 거의 절반(46%)이 당뇨병이 완화(remission)되었다고 했다 (*당뇨병 완화 기준; 최소 2개월 이상 모든 당뇨약을 끊고도 당화혈색소(HbA1c)가 6.5% 미만으로 유지) [5].

그래서 체중이 당뇨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정상체중 또는 약간 과체중이지만 대사 이상으로(metabolically obese normal weight) 당뇨병에 걸린 속칭 ‘마른 당뇨’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원인은 내장지방 증가와 운동 부족이 관련 있다 [6].

내장지방이 많이 증가하여 지방세포가 지방을 더 이상 수용하기가 힘들면, 지방분해(lipolytic activity) 기전이 작동하고, 그로 인하여 증가한 유리지방산이 간에 축적이 되면서 지방간이 된다. 또한, 혈중 중성지방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게 되고, 여러 염증 물질(TNF-α, IL-6) 등이 증가하여 결국 인슐린 저항성이 점점 더 심해져 당뇨가 발생한다 [7].

반면, 채식을 하면?

내장지방을 포함한 체지방들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된다. 제2형 당뇨환자는 모든 탄수화물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설탕과 단당류로 구성된 가공식품 등 나쁜 탄수화물을 피해야 한다.

자연 상태의 섬유질이 풍부한 좋은 탄수화물 식품에는 비타민, 미네랄, 파이토케미칼, 항산화 성분 등이 풍부히 들어있어 천천히 소화되고, 혈당을 서서히 올리기에 췌장에 무리가 가지 않아 당뇨병 환자에게 좋다.

당뇨환자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문제는 과일이다. 과일에는 단순당인 과당이 들어있어 혈당을 높인다고 당뇨환자들이 꺼리는데, 사실 적당량의 과일 섭취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과일은 수분과 섬유질이 많은 자연식품이기에 우려하는 것처럼 혈당조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8], 오히려 심장병이나 암 등 각종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매우 건강한 식품이기 때문이다 [9].

최근 호주에서 나온 연구에 따르면 하루 2회 분량(two servings, 1회 분량이란 사과 중간 크기)의 과일 섭취는 그렇지 않은 분들에 비해 당뇨 발병률이 36% 줄어들었다 [10]. 미국 당뇨학회(American diabetic association)에서도 가공되지 않은 과일들(사과, 블루베리, 딸기, 멜론 등)을 당뇨환자가 먹어도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11].

결론: 과일을 포함한 자연 상태의 탄수화물은 당뇨의 적이 아니라 친구다. “탄수화물을 두려워하지 말자.”

* 이 글을 감수해 주신 부산 동의의료원 내분비내과 강지현 과장님께 감사드립니다.

瓢蟲

不朽의 古典에서 찾은 智慧와 心灵, 역사적 敎訓과 省察에서 옛글의 향기에 취해 사랑에 빠지게 되었음을 밝히는바이다

댓글 쓰기

다음 이전